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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로로에틸렌(TCE)의 세탁소 및 탈지제 잔류에 따른 인체 위해성 평가

by 아몽 2025. 5. 13.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TCE)은 고도로 휘발성인 염소계 유기용제로, 20세기 중반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공업용 세정제이자 드라이클리닝(건식세탁) 용제다. 그러나 강력한 세정력과는 별개로,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암성 및 신경독성을 지녀 국제암연구소(IARC)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으며, 주요 환경·산업 보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 TCE의 기본 특성과 용도

트리클로로에틸렌은 염소 원자 3개가 결합된 불포화 탄화수소로, 분자식은 C₂HCl₃이다. 주요 물리화학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분자식: C₂HCl₃  
분자량: 131.39 g/mol  
끓는점: 87.2°C  
증기압: 8.1 kPa (25°C 기준)  
비중: 1.46 (물보다 무거움)  

TCE는 다음의 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 금속 부품 세정 (탈지제)
  • 전자 부품 표면 세척
  • 의료용 마취제 (과거, 현재는 금지)
  • 드라이클리닝 (건식세탁용 용제)
  • 페인트 박리제 및 접착제 희석제

2. TCE의 휘발성과 환경 확산

TCE는 실온에서 매우 잘 증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로서, 오염된 토양이나 폐수, 세탁소 바닥 및 건축재 내부에 잔류하면 시간이 지나도 기체 형태로 실내 공기 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를 ‘증기 침투(Vapor Intrusion)’라고 하며, 특히 노후 건물 하부 공간, 실내 공기질의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수용성이 일정 이상 존재해 지하수 오염 물질로 쉽게 이동하며, **이동성과 지속성이 높아 오염 확산 범위가 넓다.**

3. 인체 노출 경로

TCE에 노출되는 주요 경로는 다음과 같다:

  • 흡입: 세탁소 작업장 내 증기, 누출된 실내 공기
  • 경피 흡수: 피부에 용제가 직접 닿을 경우 일부 흡수
  • 음용수: 지하수 오염 지역에서 장기 섭취

특히 소규모 세탁소의 근무자는 반복적인 저농도 노출을 겪기 쉬우며, 사용된 TCE는 세탁소 인근 토양·건물 바닥에 잔류하여 비직업군 일반인의 간접 노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4. 인체 위해성 – 급성 및 만성 영향

4.1 급성 영향

고농도 TCE 증기 흡입 시 다음과 같은 신경계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 두통, 어지럼, 졸음
  • 호흡기 자극
  • 심하면 혼수상태 또는 호흡억제

4.2 만성 영향

장기 노출 시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보고되어 있다:

  • 간 손상: ALT/AST 상승, 간염 유사 반응
  • 신장 독성: 세뇨관 손상, 단백뇨
  • 면역 이상: 전신홍반루푸스(SLE) 등 자가면역 유발
  • 신경계 영향: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4.3 발암성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2년 TCE를 Group 1: 사람에 대한 발암성 확실한 물질로 재분류하였다. 주요 연관 암종은 다음과 같다:

  • 신장암 (Renal Cell Carcinoma)
  • 간암
  • 비호지킨 림프종 (Non-Hodgkin's Lymphoma)

5. 주요 오염 사례

5.1 미국 –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1980년대 전자산업 붐 당시 대규모 반도체 세정 공정에서 TCE가 누출되어, 인근 지하수 및 주거지로 확산되었다. EPA는 이를 Superfund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고 장기 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5.2 대한민국 – 세탁소 토양 오염

국내에서도 도심 내 세탁소 부지에서 TCE 잔류가 다수 발견되었으며, 서울·부산·대구 등지의 개발 예정 부지에서 문제가 되어 정화 지연 사례가 빈번하다. 건물 철거 이후에도 **토양 깊숙이 잔류된 TCE가 휘발하여 재건축 후 실내 공기질 문제**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6. 국내외 규제 기준

기관 기준 비고
대한민국 환경부 지하수 기준: 0.03 mg/L 먹는물 수질 기준 동일
미국 EPA 최대 허용농도 (MCL): 0.005 mg/L 고강도 감시 대상
OSHA 직업 노출 한계: 100 ppm (TWA) PEL 기준
NIOSH 0.025 ppm (REL) 보다 엄격한 권고 기준

7. 대체물질과 산업 현장 변화

최근 TCE를 대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저독성 세정제가 개발·보급되고 있다:

  • n-프로필 브로마이드 (nPB): 그러나 이 역시 신경독성 우려 있음
  • 초임계 CO₂ 세정: 무독성이나 장비 고가
  • 수계 세정제: 계면활성제 기반, TCE 대비 안정성 우수

또한 산업계에서는 밀폐형 세정기, 환기 장치 개선, 자동 투입 시스템 등을 통해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8. 결론

트리클로로에틸렌은 뛰어난 세정력을 가진 유용한 화학물질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축적되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성 물질이다. 특히 세탁소, 전자산업, 금속 가공 업종에서는 작업자와 일반 시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노출 가능성이 존재하며, 공공의 건강을 위해 TCE의 사용 감축과 철저한 환경관리, 대체물질 도입이 시급하다.

TCE 문제는 단순한 산업 오염이 아닌 도시 재개발, 생활환경, 실내공기질, 암 발생 등 복합적인 건강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편리함 대신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선 과학 기반의 감시, 시민 인식 제고, 법적 규제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