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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화탄소(CS₂)의 섬유 제조 활용과 신경계 독성 분석

by 아몽 2025. 5. 21.

 

1. 서론 – 이황화탄소란 무엇인가?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CS₂)는 독특한 황 냄새가 나는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상온에서 높은 증기압과 인화성을 갖는 유기 황화합물입니다. 산업적으로는 특히 재생 섬유 제조 과정에서 널리 사용되며, 동시에 뇌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포함한 생체 시스템에 대해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이황화탄소의 물리·화학적 특성

  • 화학식: CS₂
  • 분자량: 76.14g/mol
  • 녹는점: -111.5°C
  • 끓는점: 46.3°C
  • 증기압: 352 mmHg (20°C)
  • 인화점: -30°C (가연성 높은 액체)
  • 물에는 거의 녹지 않으나 에탄올, 에테르 등 유기용매에 잘 녹음

이황화탄소는 휘발성이 매우 크고, 지용성이 높아 생체 내 흡수가 빠르게 일어나며 특히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 조직에 쉽게 축적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신경계에 대한 선택적 독성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3. 섬유 산업에서의 이황화탄소 사용

3.1 점도사 및 인견 섬유 제조

CS₂는 재생 셀룰로오스를 가용화하기 위한 핵심 용제로, 주로 비스코스 공정(viscose process)에 사용됩니다. 셀룰로오스 펄프를 수산화나트륨으로 알칼리 처리한 후, 이황화탄소와 반응시켜 셀룰로오스 자일산(Cellulose xanthate)을 형성하며, 이를 다시 산성 욕조에서 재생시켜 점도사 또는 인견 섬유를 만듭니다.

Cellulose (C₆H₁₀O₅)n + CS₂ + NaOH → Cellulose xanthate → Rayon fiber

이 과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정으로 고급 천연섬유 대체품 생산에 유리하지만, 다량의 CS₂ 증기를 배출하게 되어 작업자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3.2 작업환경 중 노출 경로

  • 호흡기 흡입: 고증기압 특성으로 인해 대기 중 확산 용이
  • 피부 접촉: 일부는 경피 흡수 가능
  • 눈 및 점막 자극

특히 밀폐되지 않은 노후된 제조 시설에서는 수십 ppm 이상의 농도가 일반적으로 측정되어, 작업자에게 장기적 노출 시 심각한 신경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이황화탄소의 생체 독성 메커니즘

4.1 주요 독성 타깃 기관: 신경계

이황화탄소는 지용성이 강해 혈액-뇌 장벽(BBB)을 쉽게 통과하며, 중추신경계(대뇌, 소뇌, 연수 등) 및 말초신경계(신경축삭, 수초)에 선택적으로 축적됩니다.

4.2 생화학적 작용 기전

  1. 단백질과의 공유결합: CS₂는 아미노산의 아민기 또는 SH기와 반응하여 단백질을 변성시킴
  2. 세포막 지질 산화 유도: 과산화지질 생성 증가로 인해 신경막 손상
  3. 도파민성 및 세로토닌성 경로 저해: 뇌 내 신경전달물질 농도 감소
  4. 축삭변성 및 수초 파괴: 말초신경의 선행 변성(Wallerian degeneration)을 유발

4.3 주요 건강 영향

  • 초기 증상: 두통, 현기증, 피로, 집중력 저하
  • 중기 증상: 감정기복, 수면장애, 행동 변화
  • 만성 노출: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운동신경 장애, 뇌전도 이상
  • 고농도 단기 노출: 간질 발작, 혼수, 호흡정지 가능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황화탄소를 잠재적 발암성 물질(Group 3)로 분류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생식계, 심혈관계, 내분비계에 대한 영향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5. 역학 연구 및 직업병 사례

20세기 중반부터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섬유 산업이 활발했던 국가에서는 수천 건에 이르는 이황화탄소 관련 신경계 질환이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1970~1980년대 인견 방적 공장에서 다수의 직업성 말초신경병증 및 치매 유사 증후군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5.1 국내 대표 사례

  • 1978년 인천 인견공장, 작업자 36명 중 11명이 말초신경염 진단
  • 1983년 경남 방적공장, 여성 작업자 뇌전도 이상 및 생리불순 발생률 증가

6. 작업환경관리 및 노출 저감 전략

6.1 환기 및 밀폐 시스템

공정 설비는 밀폐형 설계가 필수이며, 국소배기장치(LEV) 및 전자동 증기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정 중 유기화합물 누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6.2 개인 보호구 착용

  • 유기화합물용 방독 마스크
  • 지속적 모니터링용 개인측정기 부착
  • 화학저항성 보호장갑 및 작업복

6.3 생물학적 모니터링

소변 중 2-티오티아졸리딘산(TTCA) 농도는 CS₂ 노출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며, 근로자 건강관리의 중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7. 대체 기술과 산업적 전환 노력

최근에는 리오셀(Lyocell) 방식과 같은 친환경 섬유 제조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황화탄소의 사용을 배제하거나 극소량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전환 중입니다. 이 공정은 N-메틸모르폴린-N-산화물(NMMO)을 용매로 사용하며, 재활용이 가능하고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8. 결론 – 산업적 가치와 독성 리스크의 균형

이황화탄소(CS₂)는 고부가가치 섬유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화학물질로 오랜 기간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에 대한 뚜렷한 독성은 작업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특히 장기 노출로 인한 행동 변화, 신경계 질환, 생식기능 저하 등은 예방 가능성과 회복 가능성이 낮아 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향후 섬유 산업은 기술 혁신을 통해 CS₂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대체 공정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산 체계와 인체 안전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